'라벤더의 연인들'의 주디 덴치 영화, 드라마 이야기



영화제목을 그대로 번역하자면 라벤더의 여인들이 돼야 하는데, 받침을 하나 더 붙이니 느낌이 달라진다. 하지만 난 원제가 더 마음에 든다.
이 영화는 주디 덴치와 매기 스미스, 나이 지긋한 두 자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욕망을 바다 저편으로 제켜놓은 채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두 자매 앞에 잘 생긴 한 사내가 등장한다. 사내라고 표현하기에도 풋풋한 손자뻘의 청년이다. 

현실에서라면 꺼내기 낮뜨거운 일들도 영화에선 잘 묘사가 되고 그들 의 이야기를 듣는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준다.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영화의 기에 말려들고 만다. 잘 설명되지 않는 영화의 마력이다. 

물에 빠져 기절한 남자를 구해 정성껏 보살피는 두 자매.
엄마의 자궁을 빠져나온 아기의 얼굴처럼 물에 젖은 남자의 순수한 얼굴을 보는 순간 주디 덴치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갓난 아이처럼 무력한 상태의 남자를 보는 순간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여자들은 많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 '로맨스'에서도 해변에 휩쓸려온 셀라동에게 님프는 강한 소유욕을 느낀다.
모성애와 이성에 대한 사랑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들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의 약한 모습을 보는 순간 여자들은 흔들린다. 그런 오만 가지의 감정들이 묘하게 섞어서 사랑이라는 정의할 수 없는 폭발력을 만들어낸다.

손자뻘의 남자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역을 맡은 주디 덴치는 외모부터 심상치 않는 느낌을 준다. (악)마성을 느끼게 하는 외모다. 무슨 감정이든 한 번 빠지면 수렁처럼 말려들 것만 같은, 내부에 강한 폭발력을 갖고 있을 듯하다. 그게 악역일 경우엔 그 폭발력은 대단해진다.

스캔들 노트에서 주디 덴치는 젊고 아름다운 동료 여교사 케이트 블란쳇을 은밀히 탐내는 나이든 여교사 역을 맡았다. 그 영화에서 주디 덴치는 평생 남자와 사랑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 한 채, 젊고 아름다운 여자만 보면 탐을 낸다. 그리고 그 여자를 소유하고자 애를 쓴다. 처음엔 연장자로서의 사랑과 배려로 고마워하던 여자들도 그녀의 음흉한 의도를 알아챈 후 놀라서 도망친다. 

어린 남자를 통해 되살아나는 젊은 시절의 두근거림,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자신을 동일시 하고 싶은 마음은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남에게 들키고 싶진 않은 감정이다. 겉으로 드러냈을 때 비웃음을 살만한 감정들을 주디 덴치는 진지한 눈빛으로 연기해낸다. 

비정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스캔들 노트에서와는 달리, 라벤더의 연인들은 자연스런 감정의 곡선을 그리며 마무리된다. 영화는 평상심을 되찾은 두 자매가 첫 장면에서처럼 바닷가를 걷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나이든 육체 속에서도 죽지 않은 사랑의 설레이는 감정을 바다가 해변을 핥듯이 그렇게 바닷물에 씻어내버린다.

언제쯤이면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에 무심해질 수 있을 것인가. 한 번쯤 의문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 속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나이가 든다해도 감정이란 무디어지지 않는다. 무게를 지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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