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재주만 부리는 '너는 내 운명' 영화, 드라마 이야기

전도연 주연의 영화제목과 같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너는 내 운명이라기 보단 너는 내 웬수 같다. 입양으로 새로운 가정을 이루게 한다는 제작 의도와는 달리, 시청자들의 얄팍한 관심만을 자극해가면서 새벽이는 모든 불운의 근원처럼 돼가고 있다.

새벽이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결국엔 화근이 되고 있어서 '원망스런 내 팔자'가 더 어울리게 됐다. 

작가는 애초에 전체적인 구도를 잡고서 글을 썼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내용의 연계성이 너무 얇다. 시청률만 의식하는 느낌이 짙다. 호세가 어른들에게 파혼 얘기를 꺼내려할 때마다 전화벨이 울리거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등, 작가는 내용이 아닌 자잘한 테크닉만으로 시청자를 안달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 회사에 근무한다지만 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복도에서 새벽이와 수빈이가 마추치는 장면은 그렇게도 빈번한지, 너무 상투적이다. 약혼자가 딴 여자에게 마음을 두고 있을 걸 뻔히 알면서도 결혼을 고집하는 수빈이는 어른들의 추궁에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똑같은 말로 그 상황을 변명하는 걸 보면 그 대사에 신물이 날 정도다. 

드라마는 세상의 일부분을 비추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현실감이 살아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tv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는 드라마라면 그건 너무 조작처럼 느껴진다. 너는 내 운명이라는 드라마는 모든 게 새벽이로 시작해서 새벽이로 끝나는 느낌이다. 새벽이는 홍길동처럼 여기 번쩍 저기 번쩍이다.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사고 지점에 불쑥 나타나 나영이를 죽게한 것도, 하필 그 나영의 각막을 이식 받은 것도, 대리 맞선을 보게 된 것도 새벽이라니. 이 드라마의 세상엔 단 몇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아무리 각본대로 흘러가는 드라마라는 걸 알면서 보지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설정엔 은근히 짜증이 난다. 드라마라는 걸 알면서도 주인공들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들 순 없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현실에서 겪어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통쾌하게 즐기게 할 순 없는 것인지.

테크닉만으로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드라마다.       


덧글

  • 실비단안개 2008/09/02 08:20 # 삭제 답글

    유일하게 가끔 시청하는 드라마입니다.
    왜 모든 게 새벽이야 -
    진부한 전개에 정말 짜증이 납니다.

    세상에 사람이 그렇게도 없나 - 왜들 그렇게 엮일까 싶을 정도구요.
    오늘은 작가가 누군지를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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