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액션 배우다 영화, 드라마 이야기


특별히 머리를 짜내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훌륭한 시나리오가 되는 게 바로 다큐멘터리의 장점이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의 감동은 영화의 감동을 뛰어넘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때로는 안에서부터 끽끽 삐져나오는 웃음을 조그맣게 흘리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그들의 순수함이 가슴을 따듯하게 만들었다. 비록 그들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허술한 삶을 살고 있지만.

액션스쿨 출신 중 현재 액션 배우를 하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4년간 온몸에 상처를 남기면서 몸을 날렸던 젊은이들은 하나 둘씩 안정감 있는 직업을 택해 떠났다.

세상엔 젊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그걸 우리는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 안정감이 없는 직업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젊음이 허락되는 시간들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평생 괜찮은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을 우리는 좋은 직업으로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직업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생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걸 알지만 감각적인 우리 눈에 비쳐지는 그런 직업들은 멋져 보인다. 넘치는 생명력에 숨이 턱 막힐 만큼 감동적일 때도 있다. 너무나 멋지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삶을 살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기운이 몸 한 구석에서 펄떡 펄떡 숨쉬고 있을 젊은이들 다섯명의 이야기이다.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단순명쾌한 이유이외에는 다른 어떤 조건도 필요치 않는 다섯 젊은이들, 그리고 액션 스쿨 지망자들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한번씩만 허락된 젊은 시절, 혹은 젊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액션 스쿨 오디션 현장 테이프를 그대로 보여주고, 그들 중 선택된 이들, 지독한 훈련을 마치고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들(?), 그리고 그 생존자들이 하나씩 목숨과 바꿀 만큼 애정을 지녔던 현장을 떠나는 모습들을 차례로 보여주는 구성을 통해 애잔함 또한 느껴지는 영화였다.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친구를 찾아오는 다른 친구들 역시 모두 팔에 깁스를 하거나,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는 등 부상자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괴로웠다는 말을 킥킥대면서 하는 곽진석을 보면서 나 역시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을 순 없었지만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세계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장면이었다. 

뼈속에 철심을 박고, 꿰매고, 멍이 들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그들의 모습을 철 없다라고 말할 순 없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근처에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 속에 스스로 건강한 육체를 들이미는 그들의 겁없는 도전 정신이 한편으로 부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액션'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군살 하나 붙어 있지 않은 멋진 근육질 몸으로 다리를 쭉쭉 뻗는 액션을 반복해서 하는 그들은 마치 아름다운 군무를 추는 듯하다. 물론 부상이 따르는 위험한 군무지만.

나이가 들면서 육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밤새 춤을 춰도, 술을 마셔도 금방 회복되는 젊은 육체가 평생 갈 것처럼 생각되는 게 젊은 시절이다. 그래서 젊음의 육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정작 젊은이들은 알지 못 한다. 때론 팔팔 뛰는 젊음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게 젊은 시절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게 되는 건 육체성의 아름다움이다. 올림픽 때마다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한 도전에 감탄과 환호성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 속에서 솟아나오는 박태환의 상체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낀 건 단지 그의 근육 때문만은 아니다.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체가 아름다운 것은 솔직하고 순수하기 때문이다.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지만, 정작 배우들보다 더 혹독한 훈련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스턴트맨의 위치에 만족하고 보람을 느끼는 그들에게 무슨 세속적인 허영이 있겠는가.

액션스쿨 학생들을 모집할 때, 심사를 했던 무술 감독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사람의 옷차림과 표정 역시 그가 하는 말과 썩 잘 어울려 보여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우린 가~식적인 사람들이 싫어, 그래서 그런 사람은 안 뽑았지." 

가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스턴트맨들. 영화에선 얼굴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없는 그들이었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어떤 꽃미남 배우들보다도 돋보이는 멋진 주인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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