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 알면서도 기대하는 원초적인 감동과 흥분 영화, 드라마 이야기


 스포츠 영화의 성공적인 첫 깃발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꽂았다. 그 후로 '킹콩을 들다'가 선전했고, '국가대표'가 성공을 거둔다. 스포츠 영화의 주제는 똑같다. 그래서 영화관에 가서 그 영화를 봐야 하는가 잠시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결국 난 국가대표를 보고 말았다. 감동은 뭐 뻔한 일일테니 내 관심사는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에서 오는 잔재미에 있었다.

 난 시대에 영합한 영화에 반골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내게 7,80년대에 호스테스 영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아류작이 쏟아져나오는 상황이 떠오르는 것은 아귀가 맞는 현상일까. 오버일까. 그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의 정치 상황과의 연결짓지 않을 수 없다. 답답하고 암울했던 군사정권 시기를 현재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르겠으나 인간에겐 체감도라는 상대적인 기준이 있다. 군사정권시기에 어수룩한 학생이었던 나는 실제론 그 살벌함과 답답함을 체감하지 못 했다. 개인사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조감도를 볼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상대적인 비교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웬만큼 클 때까지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단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통령이 개그의 대상이 되고 대통령의 말투가 개그 소재가 되어 배꼽을 잡게 만드는 일을 경험하고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경험하고 난 뒤에 느끼는 체감도는 당연히 예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2009년 현재, 스포츠 영화들의 성공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런 현실적 상황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영화들은 모두 비인기 종목을 다루고 있다. 소외받은 자들의 성공이란 애초부터 감동의 씨를 품고 있다. 천덕꾸러기로 무시당한 자들이 보란 듯이 성공을 거두면서 기득권 세력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는 상황이란 언제 다시 재현돼도 통쾌하다. 앞뒤가 꽉 막힌 현실 상황에 탈출구가 뚫리는 듯한 기시감으로 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있는 일말의 열등감까지도 순간적이나마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위의 세 영화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이다. 이런 선상에서 볼 때 국가대표는 세 영화 중 기본적인 역할에 가장 충실한 영화다. 스키 점프라는 스포츠가 지니고 있는 속도감과 박진감, 하늘을 나는 느낌 등 스포츠, 핸드볼이나 역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가대표의 성공은 상당 부분을 스키 점프란 스포츠에 기대고 있다. 스키 점프의 본질적인 요소 자체가 밑바닥에서 위로 솟구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참 동안을 공중에서 머문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속도를 극복하고 공중에 떠 오르는 순간의 희열과 흥분 역시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큼 위험한 것이다. 그 다음에 지상에 어떻게 안착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나기 때문에 다음의 일을 보장받을 수 없는 불안하기 그지 없는 환희의 상태다. 롤러 코스트를 타듯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을 카메라의 움직임과 사운드를 통해 공감하는 우리는 함께 손에 땀을 쥔다. 

 엄마를 찾아온 입양아라는 설정과 코치의 막가파 수준 딸과 선수 사이에 이뤄지는 어설픈 러브라인, 그리고 불우한 환경의 형제 같은 동정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은 사실 킹콩을 들다에 나오는 불우한 환경의 어린 소녀나 코치의 죽음만큼 강하지 않고, 감칠 맛 나는 전라도 사투리로 사실적이면서 은근하게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킹콩을 들다와는 달리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려는 코믹성은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깝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여운이 남아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 미끄러져 내려오는 선수의 속도를 그대로 따라가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몸에 전율이 일게 만들었던 것은 물리적인 움직임과 심리적 동선이 그대로 일치된 데서 나오는 효과가 아닐까. 언제까지나 공중에서 머물을 순 없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공중에 있다는 것 자체는 그렇게 큰 가치를 지니지 못한 일일 것이다.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그렇게나 흥분되고 가치를 주는 것은 그 다음에 땅으로 떨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선수들과 함께 공중에 떠올랐다가 땅 위로 내려왔다. 그리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스포츠 영화엔 결론이 없다. 도전은 계속 될 것이라는 공허한 시사만이 있을 뿐이다. 끝도 해결책도 제시해주지 않는 어설픈 결말을 보는 현실은 그래서 결국 씁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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